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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모음집을 빌려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책 초반에 실린 작품들을 읽으면서 잘 읽히지가 않아서 왜이럴까, 카프카 특유의 분위기나 문체 때문인가? 하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번역 문제인 것 같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나 '시골의사'의 경우 유명한 작품이고 그렇게 길지 않다 보니 아예 전문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것이 보였는데, 그 글의 경우는 너무나 매끄럽게 잘 읽힌다.(직접 번역을 해서 올린것인지, 다른 출판사의 책에서 발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같은 부분을 비교해보았더니 단어선택이나 문맥부분에서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한가지 예로, '시골의사'를 비교해보겠다.
"힘차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손뼉을 친다.
마차는 물살 속의 나무토막처럼 휩쓸려 간다.
아직도 나는 마부의 습격으로 내 집의 문이 우지끈 부서지고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듣는다.
이어서 모든 감각에 똑같은 정도로 들이닥치는 윙윙 소리로 내 눈과 귀가 채워진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뿐이다.
마치 내 집 마당의 문 앞에서 바로 내 환자의 집 마당이 열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벌써 거기에 있다.
말들은 조용히 서 있다. 눈은 그쳤다. 주위에 달빛이 비친다.
- 을유 문화사
내가 이렇게 말했으나 녀석은 "이려" 하고 소리치며 손뼉까지 쳤다.
그 순간 마차는 물살에 휩쓸린 나무 조각처럼 저절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등 뒤에서 내 집 문이 마부의 습격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나의 귀와 눈은 오관을 자극하는 소음으로 금세 가득 찼다.
그러나 그런 소음은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났다.
왜냐하면 뜰의 문이 열리자마자 직접 환자 집의 마당이 열리기라도 한 듯이 벌써 나는 환자의 집 문 앞에 와있었기 때문이다. 눈은 어느덧 그쳤고 사방에는 달빛이 고요했다.
- 블로그 '은이네 우체통' 참조 - https://blog.naver.com/cocoje2016/221420861664
고전문학을 종종 빌려읽는 나로써는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을유문화사의 다른 책들의 경우는 번역도 괜찮았고 문학전집의 전체적인 디자인도 심플한게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왠만한건 을유 문화사 책으로 읽어왔다. 그런데 이번 책은 조금 아쉬웠다. 내용 파악에 큰 문제가 없긴 하지만 매끄럽게 읽히는 번역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쉬운 부분이다. 역자의 해설을 보면 원문에 충실하면서 한국어로도 잘 읽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원문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잘 읽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변신이나 시골의사 같이 초반에 실린 작품들을 제외하고 뒤쪽의 작품들은 짧아서 그런지 번역이 나름대로 괜찮았으니 책을 비추천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번역을 떠나서 프란츠 카프카만의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들은 인상깊었다.